【1】 서론 : ⟪NEXUS⟫와의 만남

유발 하라리의 최신작 <넥서스: 석기 시대부터 AI까지의 정보 네트워크 간략사>는 2024년 9월에 출간된 작품으로, 인류 역사의 흐름을 정보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입니다. 하라리는 이전 저서인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에서 다루었던 인류 역사와 미래에 대한 통찰을 더욱 발전시켜, 정보의 흐름이 어떻게 인류를 형성해왔는지 탐구합니다. "역사는 과거의 연구가 아니라 변화의 연구다"라는 하라리의 주장처럼,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하고자 합니다. 특히 AI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형성할지에 대한 하라리의 예리한 분석을 접하고 싶었습니다. 책의 서문에서 하라리는 "정보는 진실의 원재료가 아니며, 단순한 무기도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인간 정보 네트워크와 우리의 지혜로운 권력 사용에 대한 더 미묘하고 희망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 책을 통해 석기 시대부터 현재의 AI 시대까지 이어지는 정보 네트워크의 발전사를 살펴보고,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와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했습니다.
【2】 본론 : ⟪NEXUS⟫로의 초대

〖2-1〗 : 줄거리 및 주요 내용
<넥서스>는 인류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공유해왔는지를 석기 시대부터 현대 AI 시대까지 추적합니다. 하라리는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발전이 본질적으로 정보 처리 능력의 확장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책은 인류의 협력 능력이 우리를 지배종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야기(내러티브)의 힘이 대규모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합니다. 하라리는 돈, 국가, 종교와 같은 개념들이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동의하는 '공유된 허구'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허구가 현실을 형성할 만큼 강력해지면서 인류 문명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문서와 관료제의 등장이 어떻게 복잡한 사회를 조직하는 데 도움을 주었는지 설명하며, 세금 기록과 성서와 같은 문서들이 거대한 제국과 종교의 창조를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유럽의 마녀사냥 사례를 통해 완전한 허구에 기반한 정보 네트워크가 어떻게 발생하고 유지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하라리는 현대에 이르러 빅데이터와 AI의 등장으로 우리가 또 다른 정보 처리 방식의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제 AI 시스템은 인간과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글쓰기나 인쇄술의 발명보다 더 중대한 변화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2-2〗 : 독서 여정
책을 읽는 동안 초반에는 인류학적 사실들에 대한 하라리의 명쾌한 설명에 감탄했습니다. 석기 시대 인류의 정보 처리 방식부터 농업혁명, 도시의 등장까지 이어지는 서사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중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영웅이 된 전서구 셰르 아미(Cher Ami)의 이야기와 같은 생생한 예시들이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반부에 이르러 인쇄술의 발명과 과학혁명이 가져온 변화를 설명할 때는 지식의 민주화가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켰는지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과학적 프로젝트가 불가해성의 환상을 거부하고 오류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AI의 발전과 그 위험성을 다룰 때는 불안감이 점차 커졌습니다. 특히 '정렬 문제(alignment problem)'에 대한 설명, 즉 컴퓨터가 특정 목표(예: 유튜브 트래픽을 하루 10억 시간으로 증가시키는 것)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 관리자가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2017년 미얀마에서 발생한 로힝야 학살이 소셜 미디어의 AI 알고리즘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충격적인 예시는 AI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2-3〗 : 인상 깊은 지점
"역사는 과거의 연구가 아니라 변화의 연구다"라는 하라리의 문장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 간결한 문장은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21세기의 전체주의 네트워크가 세계를 정복한다면, 그것은 인간 독재자가 아닌 비인간 지능에 의해 운영될 수 있다"는 경고는 기술 발전의 어두운 측면을 상기시켰습니다. 하라리가 설명하는 '정렬 문제'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컴퓨터가 특정 목표를 부여받으면, 그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힘과 창의력을 사용한다. 그들은 인간과 매우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인간 관리자가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이란의 안면 인식 감시 시스템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자동으로 SMS 경고를 보내는 사례는 AI가 어떻게 사회 통제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예시였습니다. 또한 정보가 진실의 원재료도, 단순한 무기도 아니라는 하라리의 주장은 정보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그는 이 두 극단 사이에 인간 정보 네트워크와 우리의 지혜로운 권력 사용에 대한 더 미묘하고 희망적인 관점이 있다고 제안하며, 공유된 인간성을 재발견하는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2-4〗 : 주제 및 메시지 탐구
하라리의 핵심 메시지는 정보 네트워크의 발전이 인류 역사의 원동력이었으며, 이제 AI의 등장으로 그 네트워크의 주도권이 인간에서 기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그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독자적인 의사결정 주체가 될 때 인류가 직면할 윤리적, 철학적, 실존적 문제들을 제기합니다. 하라리는 AI 시대에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합니다. 그는 민주주의가 의미 있는 공개 대화를 나누고 정보에 기반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AI 주도의 정보 버블이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한 채 감정과 믿음을 조작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정보를 갖춘 시민'이라는 개념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하라리는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개인 데이터가 사람들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주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또한 그는 우리가 단순한 도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지능, 즉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지능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돈과 국가와 같은 인간이 만든 신화가 우리 세계를 형성했듯이, 이러한 AI 시스템들은 결국 우리의 세계를 지배하게 될 수 있는 '컴퓨터 간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라리는 "우리가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함으로써 최악의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미래를 바꿀 수 없다면 그것을 논의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3】 생각 : ⟪NEXUS⟫으로부터 성찰

〖3-1〗 : 비판적 평가
<넥서스>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한 역사적, 기술적 주제를 명쾌하고 접근하기 쉽게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하라리의 문체는 학술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대중적 이해를 돕는 균형을 잘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역사, 과학, 철학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그의 능력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정보 네트워크'라는 프레임워크를 통해 인류 역사를 재해석하는 방식은 매우 혁신적이며, 현대 기술의 발전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다양한 사례와 이야기를 통해 복잡한 개념을 설명하는 그의 능력은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이 지적하듯이, 하라리의 작품은 '넓이는 있지만 깊이가 부족한' 경향이 있습니다. 방대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일부 주장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거나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AI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술 발전의 긍정적 측면이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문제 제기에 비해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대안 제시가 부족한 점도 한계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하라리가 '다보스맨(Davos man)'이라는 표현처럼 때로는 독자를 가르치려는 듯한 어조를 취하는 것도 일부 독자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3-2〗 : 개인적 성찰
이 책은 제게 기술과 인간성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AI 시대에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능력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비판적 사고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고, 일상에서 디지털 기기와 SNS 사용 습관을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하라리가 설명하는 '정렬 문제'는 기술의 발전 방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우리가 AI에 부여하는 목표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술 발전의 윤리적 측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하라리의 '상호주관적 현실' 개념은 우리가 공유하는 이야기와 믿음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해주었습니다. 돈, 국가, 종교와 같은 개념이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다는 점을 이해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기반이 되는 이야기들을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육자로서 다음 세대에게 기술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의 중요성도 느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하라리의 제안은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개인 데이터가 사람들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주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기술 기업과 정부의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해 더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했습니다.
〖3-3〗 : 확장적 사고
하라리의 분석을 바탕으로, AI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넥서스>에서 제시된 '정보 네트워크'의 개념을 확장하여, 우리는 AI 시대의 새로운 윤리적 프레임워크를 구상해볼 수 있습니다. 하라리가 지적한 '컴퓨터 간 현실(inter-computer realities)'이 인간의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는 AI 거버넌스에 대한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특히 그가 언급한 '실리콘 커튼(Silicon Curtain)'—중국과 서방 세계 간의 AI 개발 및 관리에 관한 이념적 분열—은 기술 발전의 지정학적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이러한 분열이 심화된다면, 서로 다른 가치관과 목표를 가진 AI 시스템들이 경쟁하는 세계가 될 수 있습니다.
하라리의 '가짜 친밀감(fake intimacy)' 개념도 흥미롭습니다. 컴퓨터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리와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의견과 세계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형태의 관계와 소통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인간 관계의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AI와의 상호작용에서 우리의 정서적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하라리가 제시한 "AI가 인간 문화 전체를 소화하고 새로운 문화적 산물을 쏟아낼 수 있다"는 전망은 창의성과 예술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AI가 생성한 음악, 이미지, 문학 작품이 인간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러한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인간 예술가와 AI의 협업은 어떤 형태로 발전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예술과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이어집니다.
교육의 측면에서도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단순 지식 전달보다는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감성 지능과 같은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하라리의 통찰을 바탕으로, 미래 세대가 AI와 공존하며 자신의 인간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4】 결론 : ⟪NEXUS⟫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추천

<넥서스>는 인류 역사와 기술의 발전을 독특한 관점에서 조망한 통찰력 있는 작품입니다. 하라리는 과거의 패턴을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며, 현대 사회의 핵심 이슈인 AI와 정보 네트워크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혜택과 위험을 균형 있게 다루며, 독자로 하여금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역사, 철학, 과학기술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특히 AI와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넥서스>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우리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일깨우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하라리의 통찰은 기술 발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기술로 독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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